[칼럼] 이럴 때 전율 느낀다...‘연아키드’ 유영이 보여준 ‘오뚝이 비결’ [‘재활 명의’ 나영무의 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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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 명의’ 나영무의 진담 (진료실 담소)
칼럼 13) 두드리면 언젠가는 열린다
스포츠 세계는 한편의 드라마다. 일상생활에서 얻을 수 없는 열광과 잔잔한 감동을 주기 때문이다.
중심에는 꿈을 위해 달리는 선수들의 멈추지 않는 도전이 자리한다.
수없이 넘어져도 ‘오뚝이’처럼 일어나는 그들의 모습은 숭고하다.
‘포기’를 지우고 ‘도전’을 쓰는 매력에 이끌려 올해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주치의와 대한빙상경기연맹 주치의를 하고 있다.
오랜 기다림의 시간을 뚫고 선수 각자의 대본에 땀과 열정의 느낌표를 찍는 모습에서 짜릿한 전율을 느꼈다.
또한 스포츠의 진정한 정신을 볼 수 있어 가슴 뭉클했다.
올시즌 KLPGA 투어 메디힐·한국일보 챔피언십 우승자는 이주미다.
그녀는 148번째 출전한 대회에서 정상에 오르는 감격을 누렸다.
이어 넥센·세인트나인 마스터즈에서는 최은우가 1위에 올랐는데 210전 211기만에 올린 프로무대 첫 승이다.
지난 2019년 무려 237번째 경기에서 프로무대 첫 우승을 신고한 안송이에 이어 KLPGA 투어 최다출전 우승 역대 2위에 해당한다.
두 선수는 시드를 잃을 뻔한 위기 등 숱한 어려움이 속에서도 자신들의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성적이 나오지 않을땐 ‘역시 안되는 구나’라며 좌절감이 들었지만 ‘기다리고 두드리면 기회는 올 것이다’는 마음으로 버텨냈기에 최고의 순간을 맛볼 수 있었다.
올초 빙상계도 유쾌한 도전의 달콤함을 맛보았다.
지난 4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월드 팀 트로피에서 일본을 제치고 은메달을 따낸 것이다.
남자 싱글의 차준환과 이시형, 여자 싱글의 이해인과 김예림, 아이스댄스의 임해나-취안예 조, 페어의 조혜진-스티븐 애드콕이 주인공들이다.
2010년 김연아가 밴쿠버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할 당시 초등학생이거나 더 어렸던 ‘연아 키즈’들이다.
하지만 대표팀 명단에서 한 명의 선수가 빠진 것이 낯설었다. ‘포스트 김연아’의 선두주자로 꼽혔던 유영 선수다.
유영은 2016년 피겨 종합선수권에서 만 11세 8개월에 정상에 올라 김연아가 수립한 만 12세 6개월을 뛰어넘어 역대 최연소 우승자로 주목받았다.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던 그녀는 2022 베이징올림픽에서 6위를 차지하며 선전했지만 이후 부상과 부진의 늪에 빠졌다.
지난해 12월 국가대표 1차 선발전 11위에 이어 올해 국가대표 2차 선발전에서도 11위에 머물며 태극마크를 반납한 것이다.
시련의 시간을 보내고 있던 어느 날 그녀가 진료실을 찾아왔다. 몸과 마음이 지친 듯 얼굴 표정도 밝지 않았다.
평소 고관절과 발목이 좋지 않아 치료를 받아왔던 그녀가 이번에는 허리 통증을 호소했다.
하나의 기술을 완성하기 위해 수 천번 차디찬 빙판에 엉덩방아를 찧다 보니 척추에 스트레스가 쌓여서다.
딸을 보는 아빠의 심정처럼 너무 안쓰러웠다. “치료 잘 받으면 몸도 좋아지고, 힘든 시간도 흘러가기에 용기를 가져라”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어린 나이에 빙판의 단맛과 쓴맛을 경험한 그녀는 “더이상 잃을 게 없다. 피겨 인생에 후회가 남지 않도록 태극마크와 세계무대에 다시 한번 새롭게 도전하고 싶다”고 조용히 말했다.
도전을 말하는 그녀의 눈빛이 진지했고, 무엇보다 간절함이 엿보였다.
그녀의 잠재력을 믿었기에 작은 도움이라도 주고 싶었다. 1년여간의 의료지원을 통해 그녀의 험난한 홀로서기를 응원하기로 했다.
그녀가 앞으로 힘든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내고 ‘피겨 천재’의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운동선수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네 삶도 ‘도전’의 연속이다. 결국 멋지게 웃는 사람은 두려움 없는 도전을 계속하는 사람들의 몫이다.
유영을 비롯해 빛나는 인생을 향해 달리는 모두에게 “두드리다 보면 언젠가는 열릴 것이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나영무 솔병원 원장〉
-14편에 계속-
출저: https://n.news.naver.com/article/025/0003290693?lfrom=kaka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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